비트코인과 스케일링 논쟁

이번 글에서는 비트코인의 최근 급격한 가격변동성의 배경이자, 현재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인 스케일링(Scaling) 이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스케일링 이슈란 비트코인의 공개장부인 블록체인의 블록 크기(Block Size)에 대한 논쟁을 말합니다. 이번 주제는 비트코인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였으므로 개념들 위주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17년 7월 현재는 비트코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화폐가 두 개의 화폐로 나눠질 가능성, 비트코인이 현재보다 더 큰 확장성과 잠재력을 가질 가능성 등이 커뮤니티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트코인이 이더리움이나 다른 대안화폐처럼 지금보다 더 큰 확장성을 가지고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도록 발전할 수도 있고, 반대로 비트코인이 시장에서 가치를 모두 잃고 폐기되는 수순으로 갈 뿐 아니라,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 전체가 무너져 버리는 방향으로 역사가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혹시 비트코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8월 1일에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는 뉴스를 접하셨을 수 있는데요, 과연 비트코인 생태계에 지금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주로 가치에 가치를 더하는! 블록체인ers의 강의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으며, 잘못 작성된 부분은 제 메일로 남겨주세요.

비트코인의 문제점

비트코인의 일일 거래량은 얼마나 될까요? Blockchain.info에 따르면 일일 거래량은 해마다 증가하여, 비트코인 시장가치가 폭락했던 최근 몇 주를 제외하고는 대략 30만건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블록의 크기(용량)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장부(=블록체인)가 수용가능한 거래량, 즉 거래처리량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사토시는 블록체인의 블록 크기를 1MB로 설정했는데, 여기에는 네트워크 전파속도, 검증 소요시간, 채굴자의 권력견제, 보안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시스템은 고작 초당 3.3개 정도의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카드사인 VISA가 초당 5만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것에 비해, 화폐 및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에는 거래처리량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비트코인 거래량이 계속 차오름에 따라(Full) 현재 수수료는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결국 사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직 전세계 사람들이 비트코인 시스템을 많이 쓰고 있지 않은데도 말이죠. 비트코인이 정말 화폐수단으로 인정받고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 확장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비트코인 일일거래량

그렇다면 거래 처리량을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을까요? 크게 두 가지 접근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On-chain Scaling(블록체인 자체를 확장하는 것), 둘째는 Off-chain Scaling(블록체인 외부에 확장을 하는 것)입니다. On-chain Scaling은 이런겁니다. ‘블록이 작아? 그러면 공간을 키우면 되지~’ 현재 1MB인 블록의 크기를 2MB 혹은 그 이상으로 늘리거나, 아니면 1MB로 유지하면서도 어떻게든 내부의 공간을 마련하는 접근이죠. 얼핏 보면 단순한 생각이지만 많은 기술적 노력이 필요하며, 블록 크기를 늘리면 하드포크(Hard Fork)가 필요한 골치아픈 이슈입니다.(포크는 뒤에서 설명하겠습니다) Off-chain Scaling은 기존 블록체인은 그대로 두되, 그 위에 새로운 데이터 레이어(Layer)를 두고 데이터를 저장하며, 블록체인과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동기화하는 방법입니다. 대표적으로 사이드체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의 구현이 있는데, 여기서 논의할 필요까진 없어 보입니다. 결국 두 가지 접근 모두 거래 처리량을 늘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 중 꼭 하나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오랜 기간동안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으며, 그 결과 비트코인 클라이언트를 개발하는 Bitcoin Core 개발팀은 세그윗(SegWit)이라는 방법을 최초로 제안했습니다.

세그윗이란?

세그윗(SegWit)이란 Segregated Witness의 줄임말입니다. Witness란 목격자라는 의미지만 암호학에서 해독 또는 서명정보라는 의미가 있는데, 여기서는 특정한 데이터 구조를 말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서명정보의 분리” 정도 되겠습니다. 서명정보란 우리가 흔히 하는 “싸인”을 말하는데요. 비슷한 예로 인터넷뱅킹으로 이체거래를 할 때 공인인증서로 암호를 입력하는 행위가 송금자 입장에선 바로 이 싸인을 하는 행위입니다. 전자적인 금융거래이기 때문에 전자서명이라고 하는 것이죠. 즉, 세그윗이란 비트코인 블록체인 블록의 데이터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프로토콜 변경안으로서, 비트코인 거래정보와 전자서명정보를 분리시키자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다면, 먼저 비트코인 거래장부인 블록체인의 블록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각 블록은 여러 가지 데이터를 담고 있습니다. 대체로 세가지 부분으로 나눠지는데요. ①블록의 요약본을 담고 있는 Block Header와 ②거래내역의 개수를 담고 있는 Transaction Counter ③거래내역 리스트를 담고 있는 List of Transactions 영역이 그것입니다.
블록 헤더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작업증명(PoW)과 연관된 요소들이며 지난 글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블록 헤더 중엔 Version이라는 항목이 오늘 이야기할 주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블록헤더정보

세 번째 List of Transactions 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트코인 거래형식

세그윗이 영향을 받는 부분은 바로 이 List of Transacitons입니다. 이 중, 거래의 입력값만 보면 되는데, 가운데 scriptSig라는 항목이 바로 전자서명을 포함하는 항목입니다. 전자서명이 차지하는 용량은 거래 데이터의 약 75%의 공간을 차지하는데, 비트코인에서 서명은 전자서명 + 소유자 공개키로 구성됩니다. 세그윗은 이 서명 데이터를 거래 데이터 항목에서 떼어내어 분리하자는 것입니다. 세그윗을 시행하면 분리된 서명 부분이 블록 생성에 성공한 채굴자가 받는 보상이 저장되는 Coinbase Transaction으로 옮겨집니다. 이렇게 되면 생성된 블록의 거래ID(TxID)를 계산할 때 서명을 해시하지 않기 때문에 블록의 실질적인 사이즈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자서명을 없애고 더 많은 거래데이터를 수용하게 되면, 앞서 언급한 On-chain Scaling 효과가 있는 것입니다. 현재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세그윗 실행시 대략 1.7배~2배의 거래처리량 증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거래처리량 뿐 아니라, 현재 너무나 제한적인 비트코인 사용 Script언어의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며, 이럴 경우 사이드체인의 구현, 이더리움에서 사용하는 Smart Contract, Dapp(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 같은 개념도 비트코인에서 구현이 가능합니다. 비트코인의 발전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지는 것이죠.

전자서명을 분리하면 거래의 검증은 어떻게 하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사실 단순 지갑소프트웨어만 사용하는 일반 사용자들은 거래를 검증할 필요는 없습니다. 거래의 검증은 풀 클라이언트를 설치한 노드만 하면 되는 것이죠. 그들은 거래데이터와 함께 Witness(서명) 데이터를 모두 내려받아 거래를 검증하고 이를 네트워크상에 전파하면 됩니다.

세그윗은 확장성(Scalability) 문제뿐 아니라 거래의 가변성(Transaction Malleability)문제도 해결 할 수 있습니다. 가변성이란 본래 금속에 압력을 가하여 금속을 변형시킬수 있는 성질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비트코인 시스템의 버그 중 하나를 말합니다. 세상에 100%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듯이, 비트코인에서도 실질적인 거래 내용의 변화는 없지만 거래ID만 변경하더라도 새로운 거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중지불(Double Spending)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위의 전자서명 데이터는 일종의 스크립트 언어인데, 스크립트에서 앞 숫자들은 명령어로서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같은 거래일지라도 명령어가 달라지면 해시값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런 경우 다른 거래라고 인식되어 블록에 이중으로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그윗을 시행하면 서명이 Coinbase transaction에 포함되기 때문에, 거래ID를 해시하지 않고, 이중지불이 발생할 확률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세그윗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소프트포크와 하드포크

세그윗은 어찌되었든 블록의 구조에 변경을 가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를 변경해야 합니다. 이렇게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의 변경(업그레이드)를 필요로 하는 것을 포크(Fork)라고 말합니다. 식사할 때 쓰는 그 포크 맞습니다. 보통 IT쪽에서는 기존의 것에서 파생되어 나가는 것을 포크라고 부르곤 합니다. 가상화폐에서는 블록체인에 분리(Split)가 생기는지 여부에 따라 소프트(Soft)포크와 하드(Hard)포크를 나눕니다.

소프트포크는 신 버전과 구 버전을 동시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버전 업그레이드를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 소프트포크는 블록체인에 분리가 발생하지 않게 이루어지는 버전 업그레이드이며, 구 버전의 클라이언트를 사용하는 사용자든, 신 버전의 클라이언트를 사용하는 사용자든 모두가 정상적인 사용이 가능합니다. 비유를 들자면, 한글2007을 사용하는 사람과 한글2010을 사용하는 사람은 사용하는 기능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문서를 보고 편집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단순히 서명정보만 분리하는 세그윗은 소프트포크 업그레이드이며, 서명을 검증해야 하는 채굴자들은 소프트포크, 즉 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겠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소프트포크를 하지 않고 구 버전을 사용해도 정상적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하드포크는 반드시 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합니다. 예컨대 블록의 크기를 2MB로 늘리는 제안은 채굴자든 사용자든 기존에 사용하는 블록체인(1MB의 블록으로 구성된)과 2MB 블록으로 구성된 블록체인이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운영될 수 없기 때문에, 채굴자와 사용자 모두 버전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블록체인에 하드 포크가 발생하면 체인이 분리되기 때문에, 해시파워가 약한 비주류 블록체인은 참여가 적어져서 결국 도태되고 하나의 체인만 살아남습니다.

자, 이제 세그윗이 뭔지는 알았는데, 블록체인과 같이 분산 환경의 네트워크에서는 어떻게 의견을 제시하고, 합의를 이룰 수 있을까요?

BIP(Bitcoin Improvement Proposals)

BIP는 ‘비트코인 개선방안제안’입니다. 오픈 생태계인 비트코인 시스템은 누구나 시스템의 개선을 제안할 수 있는데 이를 BIP라고 합니다. 제안된 BIP가 공론화를 거쳐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으면, 개발자들이 해당 BIP를 구현하여 비트코인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이지요. 국회의원들이 법률 개정을 발의하고, 다수의 동의를 얻으면 현행 법률을 개정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지지를 하다니, 어떻게 지지를 한다는 걸까요? 블록체인의 블록 안에는 비트코인 세계의 참여자들이 지지를 선언할 수 있는 방법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다만 블록 발행을 채굴자들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채굴을 많이 하는, 즉 해싱 파워가 강력한 채굴자가 당연히 의사결정에도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채굴자들은 주로 집단체제(Mining Pool)로 움직이는데, Antpool(BitMain), BTC.TOP, ViaBTC 등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채굴집단은 트위터나 성명을 통해 BIP 공론화 과정에서 큰 입김과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마치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민주주의 개념이 많이 내재되어 있으니깐요.

BIP 뒤에는 숫자를 붙여서 각 제안을 식별합니다.

코인댄스

(1) BIP9

BIP9은 여러 BIP제안들이 비트코인 네트워크 안에서 얼마나 지지를 받는지 확인하고,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어떻게 시스템에 적용할지 같은 절차적인 방법을 정의한 제안입니다. 일종의 메타 BIP인 셈이지요. 앞서 블록체인의 블록 구조를 살펴보면서 블록 헤더 정보의 버전 요소가 있었던걸 기억하시나요? 채굴자들은 자신들이 발행하는 블록에 포함되는 32Bit 버전 정보에 특정 BIP에 대한 지지 의사, 좀 더 엄밀히 이야기하면 특정 BIP를 적용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는지를 표시합니다. 이를 Signaling이라고 합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모든 것이 공개되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지 블록이 네트워크에 전파되는 즉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비트코인 생태계가 어떤 BIP에 대해 전체 참여자들의 충분한 동의가 있음을 확인하고 적용하게끔 만듭니다. 채굴자들이 특정 비트를 1로 세팅하면 ‘우린 그 BIP를 사용할 준비가 되었고 적용에 동의한다’는 의사표현입니다. 이에 따라 각 BIP안에 제안된 ‘시작시간’으로부터 1년 동안 2,016블록(10분에 1블록씩 채굴되므로 14일)단위로 구성된 난이도적용 기간동안 ‘95% 이상’의 블록이 동의를 하면 해당 BIP는 Locked-In(확정) 됩니다. 일단 락인이 되면 활성화(Active)가 될 준비가 완료된 것이며 충분한 지지를 얻은 것을 의미합니다.

(2) BIP141

이제 세그윗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비트코인의 거래처리량 문제가 대두가 되면서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블록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일링 논쟁이 시작된 것이지요. 비트코인 생태계 안에는 여러 진영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자취를 감춘 사토시 나카모토를 계승해서 비트코인 시스템을 발전, 관리해온 Bitcoin Core진영이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블록 크기를 늘리면 네트워크 전체 신뢰도가 붕괴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어서, Bitcoin Core진영은 안정적인 시스템 유지를 위해 급진적이지 않은, 즉 블록 크기를 늘리지 않아도 세그윗이란 방법을 통해 거래처리량 문제를 해결하도록 제안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BIP141입니다. BIP141은 앞서 언급한 BIP9의 방식을 따르는데요, 2016년 11월 15일부터 2017년 11월 15일까지, 이 기간 중 언제라도 2,016개의 블록이 채굴되는 2주동안 비트 1을 활성화한 블록의 수가 95%가 넘으면 세그윗이라는 표준을 락인 및 활성화하자는 것이 BIP141의 내용입니다. 그 기간 중에 활성화되지 못하면 세그윗은 적용하지 않는 것이 되겠죠.

그러나 비트코인의 모든 참여자가 세그윗에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Bitcoin Unlimited라는 진영에 속해 있는 채굴자들의 이야기인데요. 이 진영에는 우 지한(Jihan Wu)의 BitMain을 필두로 중국의 상당수 채굴자들이 속해 있으며 채굴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가장 큰 이익집단입니다. 채굴자들은 전문업자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PC나 서버를 돌려서 작업증명을 하는게 아니고, 블록체인 작업증명에 최적화된 반도체 장비인 ASIC(주문형 반도체)를 대량으로 구축하여 채굴을 합니다. 여기에서 사용하는 ASICBOOST라는 기술은 중국의 전문 채굴업자들의 핵심기술인데요. 세그윗을 적용하면 ASICBOOST라는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고 채굴자들의 수익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세그윗 적용에 동의하지 않는 채굴자들이 많았습니다. 대신, Bitcoin Unlimited진영은 하드포크를 통해 블록 크기를 유동화하자는 Emergent Consensus에 기반한 주장을 하게 됩니다. BIP9에 따르면 BIP141(세그윗)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95% 채굴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세그윗에 반대하는 채굴자가 5%이상만 되어도 세그윗을 활성화하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세그윗 적용이 매우 늦어지게 되고, 이에 따라 세그윗을 활성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대두되게 됩니다.

(3) BIP148

BIP141(세그윗)의 적용이 불확실해지면서, 다소 급진적인 제안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즉, BIP141 활성화를 위해서 블록을 발행하는 채굴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BIP9 방식을 따르지 않고 ‘사용자(User)들의 주도 하에 2017년 8월 1일 이후부터 BIP141에 동의하지 않는 블록을 거부하자’는 내용이 BIP148입니다. 사용자가 BIP141에 동의하지 않는 블록을 거부하면 채굴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채굴한 블록에 따른 보상을 획득하지 못하게 되므로 울며 겨자먹기로 BIP141에 동의할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라 BIP141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죠. 사용자 주도의 소프트포크 방식이라고 해서 UASF(User Activated Soft Fork)라고도 합니다. UASF는 노드들이 비트코인 체인을 분리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간단히 얘기해서 중국 채굴자들의 권력화에 반대하는 운동이긴 하지만, Bitcoin Core 개발자 다수는 BIP148에 대해서는 반대하거나 아니면 ‘컨센서스를 받고 있지 못하다’, ‘민주적인 절차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황

(4) SegWit2x와 BIP91

스케일링 논쟁이 갈피를 못 잡자, 2017년 5월 23일 뉴욕에서는 채굴풀, 거래소, 지갑업체, 송금업체 등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참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BIP 148에 대한 대비책을 고민했습니다. 이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뉴욕 협약(New York Agreement)이며, 여기서 제안된 것이 세그윗2x입니다. 세그윗2x는 BIP141(세그윗) 제안과 Bitcoin Unlimited진영이 주장한 Emergent Consensus의 ‘블록 크기를 현재(1MB)보다 키우자는 제안’ 모두를 수용한 안입니다. 세그윗은 원하는 대로 해줄테니, 대신 블록 크기는 2배로 늘리자는 거죠. 이 뉴욕합의에는 BIP9의 95%가 아닌 80%의 지지 신호만으로도 7월 말에 세그윗 소프트포크를 활성화할 것(BIP91)과 11월에 2MB 하드 포크를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7월 23일, BIP91에 의한 SegWit 소프트포크가 완료되었습니다. 결국 8월 1일 예정되었던 BIP148(UASF)은 이제 무의미해졌고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유지된다는 안정감이 반영되어 다시 비트코인 가격은 안정되었습니다. 이후, 세그윗에 대한 지지가 2,016 블록이 생성될 동안 95% 이상 유지된다면 BIP141에 의한 세그윗 도입은 완료됩니다. 세그윗이 완료되는 시점은 8월 23일 경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 2MB 하드 포크에 대한 비트코인 클라이언트 개발은 아직 진행중이므로, 11월이 되면 다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며, 체인이 분리될 가능성도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5) UAHF

이런 와중에 ViaBTC와 같은 채굴자들 일부는 ‘세그윗으로 될 게 아니고 블록의 크기를 늘리자는 우리 의사가 존중받지 못하니, 우리는 따로 하드포크해서 코인을 분리하겠다’라는 뜻을 담은 UAHF(User Activated Hard Fork) 성명을 발표합니다. 즉, UASF가 일어나고 12시간 뒤인 2017년 8월 1일 오후 9시에, UAHF를 활성화하여 BCC라는 별도의 altcoin을 만들겠다는 내용입니다.(BitCoinCash라고 읽지만 BitChinaCoin이라는 비아냥이 있습니다.) 사실, BIP148에 의해서도 체인이 분리될 가능성이 있었는데 UAHF까지 체인분리를 주장하니까, 비트코인은 최악의 경우 3개의 비트코인으로 분리될 수 있는 상황도 되었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 폭락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발표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이러한 채굴자들의 협박(?)과 돌출 행동에 의한 코인 분리 위험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BCC 하드포크의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세그윗이 적용되어 곧 사용할 수 없게 될 ASICBOOST 채굴기를 지속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있습니다. UASF는 실행되지 않더라도, UAHF는 진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플로우

마무리

다소 복잡한 주제를 다루었지만 비트코인, 더 나아가 블록체인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내용입니다. 스케일링 이슈는 비트코인만 겪는 문제가 아니고 모든 가상화폐들, 즉 모든 블록체인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의 파생화폐이자 일찍이 세그윗을 단행한 라이트코인(Litecoin)은 세그윗 이후 가격이 급등하며 인기가 치솟았습니다. 블록 크기에 대한 다양한 접근은 블록체인에 기반한 여러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며, 그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 자체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럼 비트코인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일단 앞으로 몇 달은 가상화폐 시장에 획을 긋는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세그윗은 활성화되었지만 3개월 후 하드포크, 즉 2차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진행 양상을 별로 만족스럽지 않게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이 체인 분리(Chain Split)를 일으키지 않고 가격 안정성을 찾은 점은 다행스럽지만, BIP148 (UASF)와 같이 중국 채굴자들에게 대항하고 중앙집중화에 반대하는 제안이 채택되는 방향보다는 계속 채굴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중앙집중화 형태로 발전하는 양상이 블록체인의 탈중앙화적인 가치를 훼손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는 결국 비트코인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또한, 블록의 크기가 2배로 커진다면, 블록체인의 용량도 2배가 되며 결국은 더 적은 수의 참여자들이 네트워크 유지행위에 참여할 것이고 비트코인의 탈중앙화적인 가치의 훼손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블록체인과 같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이 움직이는 기본 원리에는 경제학의 기본이론인 게임이론과 인센티브가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체인 분리에 대한 이 모든 위협이 그저 권력을 가지기 위해 내는 큰소리만은 아닐 겁니다. 체인 분리라는 괜한 모험을 걸었다가는 ASIC 기계들에 수십억불을 쏟아부은 채굴자들이 한 순간에 망할 수도 있으니깐요. 비트코인과 관련된 어떤 집단도 비트코인 체인을 분리해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망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비록 보기에 좀 마음에 들지 않는 채굴자들의 허세조차도, 결국 비트코인의 장밋빛 미래를 희망하는 동기에 의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판단을 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 글은 비트코인의 투자에 대한 그 어떤 의견도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미 비트코인에 투자하신 분들 가운데, 코인을 개인지갑이 아닌 거래소지갑(빗썸, 코빗 등)에 보관하시고 계신 분들은 하드포크 등을 대비하여 8월 1일 전에 반드시 개인지갑으로 옮기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사실 지금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미 옮겨놓으셨어야 합니다.) 현 비트코인(BTC)이 BTC와 BCC로, 즉 두 개의 코인으로 갈라지는 경우 비트코인 거래소가 두 개의 코인을 다 지원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본인의 개인지갑에 기록되어 있으면 체인이 두 개로 갈라지더라도 두 개의 블록체인 모두에 반영될 것입니다. 보유한 화폐는 두 배가 되겠지만, 시장가치가 어떻게 변할지는 두고 봐야겠죠. 또한 8월 1일 이후로는 당분간 비트코인을 송금하면 안됩니다. 체인이 두 개로 분리되었는데 Replay Attack 방어 코드에 문제가 있을 경우, 각 진영 채굴자들이 상대방 네트워크를 공격하면 송금이 한쪽에 반영이 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여지도 있습니다. 모쪼록 안전한 자산 관리를 위해, 경마보도식 시세변동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가상화폐의 근간과 돌아가는 추이를 잘 살펴보시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