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신학

“사무엘은 어머니 한나의 간절한 서원기도를 통해 태어났지만, 삼손은 하나님의 사자가 일방적으로 나타나 아이를 생산할 것이라고 일러주고 삼손의 모친의 닫힌 태의 문을 열어 주었다. 이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성경은 우리에게 아이를 낳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서 하나님은 여인의 닫힌 태를 여셔서 삼손과 사무엘을 주시는 특별하신 이유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삼손과 사무엘은 이스라엘 구속역사의 중요성을 안고 태어났다. 삼손은 허물어지는 이스라엘의 운명을 끌어안고 함께 쓰러져야 하는 운명적 사명을 받았고 사무엘은 사사시대를 끝내고 왕정국가를 준비하며 다윗을 왕으로 세우는 시대적 사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사무엘은 한나의 서원기도를 통해 나실인이 되었고 삼손은 하나님 사자의 명령에 의해 나실인이 된다. 부르심을 받는 방법이 다를 뿐 모두 하나님의 작정 하심에 따른 부르심이다. 그러므로 삼손 모친의 기도가 삼손을 나실인과 사사로 만들었고 한나의 서원기도가 사무엘을 선지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구속역사의 주인공을 바꾸는 일이다. 오히려 하나님이 마노아의 아내와 한나의 태를 미리 닫으시고 그들로 하여금 기도를 하게 하신 것이다. 그만큼 그들을 통해 태어날 인물이 담당해야 할 임무가 막중했기 때문이다. 서원기도를 했기 때문에 훌륭한 인물이 태어난다면 하나님의 구원 계획도 그때 시작된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구속역사를 임기응변적으로 즉흥적으로 운행하신다는 결론에 이른다. 하나님이 미리 삼손과 사무엘을 계획하시고 그들을 땅에 보내시고자 마노아의 아내와 한나를 택하셨으며 하나님께서 두 선지자를 극적으로 보내시려고 두 여인의 태를 미리 닫아두었다가 서원기도와 하나님의 사자 방문이라는 극적인 방식을 택하신 것이다.”

요즘 읽는 장애 신학 이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장애라는 것을 우연의 산물로 보지 않고 구속사속에 갖는 중요한 의미와 하나님나라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신구약에 나오는 장애 이야기를 살펴보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 앞에 태의 닫힘은 이스라엘 문화에서 장애 중 하나로 인식되기 마련인데, 성경에도 사라, 리브가, 라헬과 레아, 한나, 삼손의 어머니, 미갈 등 태가 열리지 못해 아이를 잉태하지 못하는 많은 여인이 나온다.

특별히, 사무엘과 삼손의 예에서 우리의 태의 닫힘과 열림도 하나님의 뜻을 펴시는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고, 장차 자녀들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성취하고 하나님나라를 살아내기 위해 지금 우리의 기도를 사용하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먼 미래일 수도 있지만 나와 공동체 부부들의 다음 세대들이, 죄악과 기복적 결의가 가득찬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살아내는 자녀들로 자라기를 기대한다.